다섯, 교문을 나서는 후배들에게
05. 다섯번째, 교문을 나서는 후배들에게
■ 졸업, 또 하나의 시작을 위해
학교에서 2학기 강의를 하다 보면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분위기가 자연 어수선하게 마련이다. 멋모르고 대학문을 들어선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교문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면학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5공 시절 생긴 ‘졸업 정원제’도 현재는 ‘졸업 정문제’로 바뀐 듯하다. 교문으로 들어왔건, 뒷문이나 옆문으로 들어왔건(이제 이런 사례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이변이 없는 한, 8학기 분의 등록금을 내면 자동적으로 졸업하여 정문으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학에 들어오고자 ‘고삼병(高三病)’에 걸리거나 심지어 재수, 삼수의 길을 걸었던 학생이 많았듯이, 졸업을 앞두고 ‘대사병(大四病)’에 걸려서 방황하는 사람도 적지만은 않다는 현실이 이즈음의 분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어쨌거나 졸업은 ‘끝냄’이라기보다 인생의 본격적인 새로운 ‘시작’이다. 이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평소에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대학 시절 내내 취업 준비로 보내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미리부터 자신의 장래에 대해 모색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뜻이다. 대학 생활이 엄청난 좌절과 무수한 방황을 주기도 하지만 또한 무한한 가능성의 기간임을 이 연재의 첫 글에서 이미 말한 바 있다. 한편으로 그것은 이 좌절과 방황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준비 기간이기도 하다. 취업이든, 진학이나 유학 혹은 ‘취집’(취직+시집)이 되었든 교문을 나서기까지 자신에 대한 성숙된 이해를 갖추기 바란다. 이를 위해 이미 소개했던 『열일곱에서 스물다섯까지』(도솔, 1992)를 다시 상기해 주기 바란다. 자신의 장래를 계획할 때 자신의 적성, 희망, 능력, 조건과 환경 등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 직업으로 가는 길의 약도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장래 진로의 문제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갖는 일이다. 각종 직업의 세계라거나 취업에 관한 안내서를 일찍부터 읽는다면 자신의 장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자신이 남보다 불리한 처지에 있다면 그만큼 서둘러서 오랜 기간 준비해야 한다.
그런 책들을 몇 가지 살펴본다. 먼저 일반적인 취업 안내서로 박동준의 『취업 이렇게 준비한다』(성림, 1992)는 「취업, 무엇이 문제인가」, 「목표 없이 전략 없다」, 「목표 기업의 심층 연구」, 「구비 서류의 준비」, 「주변의 힘을 내것으로」, 「필기 시험」, 「면접 시험」, 「마무리와 반성」 등으로 되어 있다. 취업 전략의 가이드 북이라고 할 수 있다.
『직업 전문가 이경훈의 취업 준비 노트』(일터와 사람, 1993)는 「취업 전략 마인드 5가지」, 「취업 준비 전 꼭 점검해야 할 상식」, 「악조건을 이겨내는 발상 전환법」, 「당신에게 열려 있는 가능성」, 「취직 시험 공부와 서류 준비」, 「취업 관련 기관/서적 정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취업 전략의 마인드를 이렇게 말한다. ① 취업 준비 역시 좋은 계획에서 좋은 결실이 나온다. ②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평생 직업을 찾아라. ③ 목표로 하는 업종/직종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라. ④ 자신의 핸디캡을 메울 방법이 어디엔가 있다. ⑤ 특히 수직적 인간관계에 힘쓰자.
매일경제신문사가 발행한 『'94 대학생을 위한 취업 소프트』(매경비즈니스센터, 1994)는 취업 정보만이 아니라 대학 생활 일반에 관한 안내도 수록했다. 1장의 「대학 생활」은 바람직한 대학 생활, 학과별 진로 방향, 부전공과 복수 전공, 직업 선택, 정보화 사회 엘리트의 조건 등을 소개한다. 2장 「재학 중의 진로 결정 사항들」에서는 진학, 유학, 어학 연수, 입대, 편입학에 대해 안내한다. 3장 「취업 준비」는 직업 전문가 이경훈 코너, 적성 검사, 인턴 사원제, 여대생과 지방대생의 취업, '94 채용 전망 및 대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4장 「업종별 가이드」는 새 유망 업종과 직종의 선택, 공무원에서 중소기업에 이르는 20개 업종별 장단점·선배 경험담을 수록한다. 5장 「자격증」은 그 필요성, 현황과 전망, 자격시험 등을 안내한다.
이상이 직업 및 취업에 관한 일반적 안내서라면 좀더 세분된 안내서도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도서출판 길벗에서 내는 ‘직업의 세계’ 시리즈 이다. 먼저 1, 2 두 권으로 된 『유망 직업 120가지』(길벗, 1992)는 120가지 직업의 내용, 자격증, 교육 기관 및 기간, 보수, 사회 변화에 따른 직업의 미래와 전망, 해당 직업의 자질 등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유망 자격증 120가지 ① 인문·경제·경영·의료편, ② 기술·기능편』은 유망한 120가지 자격증을 소개한다. 그 내용은 업무 내용과 적성 및 자격증 취득 방법, 취득 경쟁률과 취득 후의 진로, 각종 어려움과 그 해결 방법, 예상 변수 및 관련 기관의 전화 번호 등이다. 여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성 전문 직업 50』도 이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다. 한편 월트 디즈니사의 지사장인 저자 최영일이 외국 기업의 입사에 대한 가이드로 내놓은 『외국 기업을 노려라!』(앞선책, 1994)도 있다. 30인의 취업 경험담을 취재하여 정리한 『나의 취업 이야기』(길벗, 1991)도 도움이 될 것이다. 취업을 위해 필요한 조사와 검토, 목표의 결정에 필요한 노력을 소개하는 이 책은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어떻게 성공의 문턱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보여 준다.
다수에서 소수를 탈락시키던 예전과 달리, 다수에서 소수를 선택하는 절차로 변한 면접은 그 중요성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입사를 위한 진정한 평가 기준이 면접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자신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100퍼센트 합격을 받을 수 있는 면접 요령을 소개하는 『성공으로 가는 개성 면접』(둥지, 1994)이 있다. 이 책은 면접의 기준과 준비, 테크닉을 알려 주는 「완전 면접 준비」와 면접의 실례, 업종별 질문과 업체별 경향, 공무원 면접과 여성 면접, 영어 면접을 소개하는 「면접의 실례」로 구성되어 있다.
■ 성공으로 가는 일곱 개의 드래곤볼
필자는 이 연재의 첫 글에서 『논어』의 첫 구절을 인용하면서 ‘학(學)’이란 ‘본받는다, 모방한다’는 뜻임을 말하였다. 그렇다면 학습(學習)의 ‘습(習)’이란 무엇일까? 『논어』에 대한 뛰어난 주석서 『논어집주』의 저자인 주희(朱熹)에 의하면 ‘습(習)’이란 어린 새가 자주 나는 것이다. 사실 학습에서 ‘학’보다 ‘습’이 더욱 중요하다. 습관으로서 몸에 익힌다는 과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성공의 지름길은 올바른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호에서 박재호 등이 번역한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김영사, 1994)의 내용을 주로 소개하면서, 이와 관련된 책자를 안내하고자 한다.
이 책은 전 4부로 되어 있다. 먼저 제1부 「패러다임과 원칙들」은 성격 윤리와 성품 윤리를 구별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먼저 성공에 관한 수많은 문헌을 살핀 뒤, 이를 두 유형으로 나눈다. 하나는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의식, 기법과 대응책 등의 피상적 해결책만을 다루는 ‘성격(개성, personality) 윤리’이다. 이는 개인 및 대중을 상대하는 기법과 적극적 사고방식으로 나뉘는데, 이 접근법에는 기만적인 면조차 있다. 이에 대비되는 ‘성품(인성, character) 윤리’는 성공에는 기본 원칙이 있으며, 이를 배우고 자신의 성품에 통합하면 성공과 행복이 가능하다고 가르친다. 이어 저자는 “내면으로부터 시작하라”고 말한 뒤, ‘7가지 습관에 대한 개관’을 언급한다. 그것은 개인의 승리를 위한 습관과 대인 관계의 승리를 위한 습관, 자기 쇄신의 습관으로 각각 나뉜다.
2부 「개인의 승리」에서는 ‘습관 1 : 주도적이 되라’, ‘습관 2 : 목표를 확립하고 행동하라’, ‘습관 3 : 소중한 것부터 먼저 해라’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습관 1 : 주도적이 되라’는 개인 비전의 원칙이다. 유전적, 심리적, 환경적 결정론이라는 결정론적 패러다임과 달리 인간은 ‘주도성(proactivity)’을 지니고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은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한다. 주체적으로 행동하여 어떤 일을 완수할 책임을 인식한다는 뜻에서 우리는 적극적이 되어야 한다. ‘습관 2 : 목표를 확립하고 행동하라’는 개인 리더십의 원칙이다. 모든 것은 마음 속의 창조와 실제의 재창조를 겪는다. 리더십은 전자이며, 관리란 후자인 셈이다.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첫째, 창조자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자기 사명, 즉 자신의 인생 철학 내지 신조를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의 삶을 원칙 중심으로 운영하며 종합적 사고를 해야 한다.
■ 시간을 잡아라
‘습관 3 : 소중한 것부터 먼저 해라’는 개인 관리의 원칙이다. 여기서 저자는 먼저 제4세대의 시간 관리를 말한다. 이는 시간을 관리하기보다 리 자신을 관리하는 것으로서 그 근본 초점을 시간 관리 매트릭스에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한계를 알고 상대에게 위임하는 것도 이 개인 관리를 위해 중요하다. 이 ‘습관 3’과 관련해 시간 관리에 대한 책들을 아울러 소개한다. 유성은의 『시간 관리와 자아 실현』(생활지혜사, 1992)은 시간의 가치와 사용 방법을 말해 준다. 저자는 먼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뒤 이들을 나열하여 중요도를 분석한 뒤 우선 순위를 결정하라고 한다. 그리고 주간, 월간, 분기, 연간의 목표에 대한 계획표를 작성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 대학 시절에 읽어 둘 만한 책이라 여겨진다. 『자투리 시간 100% 활용법』(김미현, 둥지)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익힘으로써 시간을 관리하는 요령을 갖게 하고 효율적인 시간 관리를 통해 보다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한다. 「시간에 대한 감각 익히기」라는 총론에 이어 직장인, 학생, 주부, 정년 퇴직자의 시간 활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최근 시간 관리에 대해 스티븐 코비가 메릴 부부와 함께 펴낸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김영사, 1997) 또한 일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 사람은 ‘사람의 사이(人間)’이다
3부 「대인 관계의 승리」는 상호 의존의 패러다임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습관 4, 5, 6이 포함된다. 그는 먼저 인간관계의 성립과 회복에는 장기적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주요 수단은 다음과 같다. ① 상대방에 대한 이해심, ② 사소한 일에 대한 관심, ③ 약속의 이행, ④ 기대의 명확화, ⑤ 언행 일치, ⑥ 진지한 사과이다.
‘습관 4 : 상호 이익을 추구하라’는 대인 관계 리더십의 원칙이다. 인간관계는 승패와 피아를 적용해서 살피면 6가지 상호 작용의 패러다임이 가능하다. 그중 제3의 대안을 찾는‘승/승’(나도 이기고 상대도 이기는)의 사고와 차선으로서 ‘승/승’혹은 무거래 사고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한 토대가 첫째, 언행 일치·성숙도·풍요의 심리가 포함되는 성품, 둘째, 신뢰의 인간관계, 셋째, 합의이다. 그리고 이를 제도와 조직이 보장해야만 한다. ‘습관 5 : 경청한 다음에 이해시켜라’는 공감적 커뮤니케이션의 원칙이다. 판단하기에 앞서 상대를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먼저 상대를 이해한 뒤, 그에게 자기를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다. ‘습관 6 : 시너지(synergy)를 활용하라’는 생산적 협조의 원칙이다. 『논어』에서도 이상적 인격자인 군자(君子)는 조화를 이루지만 동일하지는 않다고 했다.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사는 이유라고도 할 것이다.
3부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이경훈의 『인맥 만들기』(일터와 사람, 1991)는 사회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인맥의 조직과 활용에 대한 문제를 좀더 체계화된 형태로 정리하였다. 인맥의 힘, 인맥의 출발, 인맥의 성공과 실패, 인맥의 ‘장비’, 각종 인맥, 각종 실전 인맥 활용법 등을 소개하는 이 책은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이종주 편의 『사람을 읽으면 세상이 즐겁다』(실록출판사, 1993)는 ‘마음의 지도’, ‘심리 유도와 동조’, ‘설득과 협상’, ‘심리의 손자병법’, ‘리더십과 통솔’, ‘보디 랭귀지와 보디 존’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들을 덧붙여 읽는다면 3부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 방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나날이 새로워라
4부 「자기 쇄신」은 ‘습관 7 : 심신을 단련하라’를 다룬다. 이 ‘습관 7’은 균형적인 자기 쇄신의 원리이다. 이 쇄신에는 네 가지 차원이 있다. 신체적, 영적, 정신적, 사회적/감정적 차원이다. ‘신체적 차원’은 몸을 효과적으로 돌보는 활동, 즉 영양 섭취, 충분한 휴식, 긴장 이완과 규칙적 운동을 포함한다. ‘영적 차원’은 가치 체계의 핵심이고 중심으로 가치의 명료화와 몰입, 학습과 명상이 포함된다. ‘정신적 차원’에는 독서, 상상, 계획 수립, 저술 등이 포함된다. 이 세 차원이 개인의 승리와 관련된 반면, ‘사회적/감정적 차원’은 대인 관계에 초점을 둔다. 여기에는 봉사, 공감, 시너지, 내적 안정이 포함한다. 이 쇄신은 개인이나 조직을 불문하고 네 가지 모두가 반드시 균형적으로 쇄신되고 재충전되어야 한다. 저자는 최후로 내면으로부터의 변화를 다시 강조하면서 끝내고 있다.
4부와 관련해 필자는 먼저, 자신이 일생 동안 지침으로 삼을 ‘고전(古典)’을 발견하라고 권하고 싶다. 둘째로, 평생토록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적절한 운동을 찾고서 이를 습관으로 만들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7가지 습관을 몸에 익히며 자기 혁신을 위해 노력한다면, 이는 교문을 나서기 위한 최선의 준비가 될 것이다.
사회 진출 준비와 관련해 사족으로 하나 더 덧붙이자면, 흔히 사회 진출을 준비하면서 대학 시절 갖추어야 할 것들로 ‘3C’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Car, Computer, Conversation의 3가지를 의미하는데, 자동차 운전과 컴퓨터, 외국어 회화 능력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꾸준히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지성과 패기 1994년 11·12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