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間/대학생이알아야할것

여덟, 젊은 날의 우정 사랑 그리고 결혼

까만돌2 2008. 8. 25. 00:27

08. 여덟번째, 젊은 날의 우정, 사랑 그리고 결혼

■ 에이즈보다 무서운 병은?

에이즈(AIDS), 즉 후천성 면역 결핍증(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은 우리 시대의 흑사병이다. 허나 이 글의 독자들에게는 AIQDS, 즉 후천성 아이큐(I.Q.) 결핍증이 더욱 무서울 것이다. 사회로 나가면 훨씬 무서운 AMDS, 즉 후천성 머니(Money) 결핍증이 기다린다.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무섭고 치명적인 병은 후천성 애정(Love) 결핍증이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한 기본적 전제 조건이 바로 성숙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은 청년기인데, 이 때 사랑을 배우고 익히며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호에서는 사랑, 우정과 결혼에 관련된 문제를 논하고자 한다. 우선 소개조차 필요 없는 우리 시대의 고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문예출판사, 1982)의 일독을 권한다. 사랑이 고갈된 우리 시대의 내면적 원인을 탐구하면서, 프롬은 정신 분석학적 입장에서 사랑의 본질을 분석하고 사랑에 대한 기술을 제시한다. 『사랑의 기술』이 현대 사회와 문명에 대한 비판이라면, 임상 심리학 전공의 김중술이 쓴 『사랑의 의미』(서울대학교, 1992)는 보다 실제적인 내용을 다룬다. 그는 사랑의 의의, 과정과 종류, 청년기와 사랑, 결혼 등에 대한 연구를 소개하고, 아울러 자긍심을 높이고 수줍음을 극복하며 실연의 아픔을 이기며 호감을 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조언한다. 『신(新) 사랑의 의미』(서울대학교, 1994)는 문고판인 『사랑의 의미』의 내용을 더욱 보완하고 확장한 책이다. 의사소통과 감정 표현의 기본이 되는 대화 기술을 향상시키는 데 심리학적 방법을 기초로 한 연습과 훈련은 매우 유용할 것이다.

■ 벗이 있어 멀리서 오니

『논어』의 첫 머리에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충고한 공자(孔子)는 곧바로 “벗이 있어 멀리서 오니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말한다. 여기서 벗(朋)에 대해 주자(朱子)는 ‘같은 부류(同類)’라고 주를 달고 있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가는 법이다. 따라서 취미나 관심에 의해 폭넓게 인간관계를 맺고 친밀한 친구를 만드는 일은 대학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영국에서는 옥스브리지(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 Oxbridge) 조정부 출신을 매우 선호한다고 한다. 동아리 활동으로 수재형의 엘리트에게 결여되기 쉬운 협동 정신, 우애 등을 함양했기 때문이다. 대학 이전의 좁은 생활권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지역과 다양한 출신 배경을 지닌 친구를 사귄다면 자신의 폭과 깊이, 너비를 확장하고 선입관을 수정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알베로니는 그의 『우정론』(새터, 1993)에서 우정이란 무엇인가, 우정은 어떠한 관계인가, 우정과 애정은 어떻게 다른가, 우정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등 우정의 여러 측면에 대해서 쓰고 있다. 정열에 토대를 두고 소유욕과 질투가 따라다니는 연애와 달리, ‘만남의 세공품’이자 ‘에로스의 윤리적 표현’인 우정은 신뢰와 존경을 토대로 하며 상대의 자유를 존중한다. 인간의 내면을 깊이 분석하여 인간관계에 관한 저작을 쓰고 있는 저자의 연애론 『여자는 졸고 있는 남자를 증오한다』(새터, 1992)도 번역되어 있다.

■ 덩달이의 엉터리 그림 숙제

덩달이의 국민학교 시절. 선생님이 그림 숙제를 내주셨다. 새까맣게 칠한 그림을 보고 선생님이 묻자 덩달이 왈 “달 없는 그믐밤에 날아가는 까마귀”라나. ‘안다는 것’은 ‘무엇과 무엇이 다름을 아는 것’이다. 다름이란 둘에서 시작한다. ‘둘(二)’이란 ‘다름(異)’일 수밖에 없다. 남자와 여자는 그 원인이 무엇이든―생물학적이건 제도적이고 관습적이든―현실적으로 서로 다르다.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말에는 이 차이에 대한 망각도 포함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친구, 1993)는 사랑에 빠진 화성인과 금성인이 지구에 살면서 기억 상실 때문에 서로의 차이점을 망각한다는 비유로 남녀 사이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 의사소통과 정서적 욕구, 행동 방식 등에서 나타나는 남녀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한다면, 충돌에 따른 불화와 갈등은 보다 줄어들 것이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최진실의 진술은 진실하다. 하지만 그것은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여자도 남자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녀를 불문하고 여성학에 대해 관심과 이해를 지니도록 권한다. 『남성을 위한 여성학』(한국여성개발원, 1994)은 새로운 질서의 미래 사회를 지향하면서 남성 문제와 여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새로운 남녀의 바람직한 상을 제시한다. 많은 여성학 책에서 이를 선택한 이유는 전투적이거나 이론적이 아니며 간략하지만 기본적 주제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성학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이 있다면 여울슬 엮음 『새내기를 위한 여성 관련 도서 목록』(여성사, 1994)이 매우 유용하다. 1장에서 여성 문제의 전반적인 개론서를, 2장에서 일·사랑 등 일상의 여성 문제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책들을, 3장에서 여성 문제를 역사·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책들을 소개한다. 4장은 문학 작품을 소개하며, 관련 잡지의 목차가 실린 부록이 있다.

세상의 또 다른 절반인 남성에 대한 연구는 여성학에 비해 부진하다. 우선 「여성을 위한 모임」이 지은 『일곱가지 남성 콤플렉스』(현암사, 1994)를 소개한다. 이 책은 사내대장부 콤플렉스 등을 중심으로 여성의 눈에 비추어진 우리나라 남성의 현실을 고발하고 아울러 그 해결책을 모색한다. 『XY, 남성의 본질에 대하여』(민맥, 1993)는 역사학, 사회학, 인류학, 정신 분석학 등의 다양한 관점으로 ‘남성다움(男性性)’을 재조명하고, 최근의 소설들 속에 나타난 남성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페미니즘의 한계와 역기능에 대한 한 반론으로 유순하의 『한 몽상가의 여자론(女子論)』(문예출판사, 1994)이 있음을 소개해 둔다.

■ 두 유태인은 어떻게 성공했는가?―결혼의 어려움

미국에 이민 온 두 명의 빈털털이 유태인이 있었다. 한 사람은 돈을 넣으면 신부가 나오는 자동판매기를 발명해 백만장자가 되었다. 두 번째 사람은 억만장자가 되었다. 아내를 넣으면 돈이 나오는 자동판매기를 발명했던 것이다. 결혼은 사랑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엄연한 현실의 문제이기에 보다 능동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거기에는 경제적,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준비도 포함된다. 잘못하면 ‘베터 하프(better half)’가 아니라 ‘비터 하프(bitter half)’의 만남이 되는 수도 있다.

먼저 서울대 김계현 교수의 사랑과 결혼학 특강을 소개한다. 1집 『거꾸로 배우는 사랑과 결혼』(김영사, 1995)은 여덟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사랑이란」, 「질투」, 「싸움」, 「잘하는 사랑」, 「육체 접촉」, 「결혼이란」, 「배우자 선택」, 「직장이냐, 내조냐」 등. 불행한 사랑, 괴로운 만남은 바로 사랑이 뭔지 모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가지고 하는 사랑은 훨씬 안전하고 행복하다. 2집 『너의 사랑, 나의 결혼』(김영사, 1995)은 원하는 상대를 잡는 전략, 결혼에 대한 다섯 가지 오해, 준비가 필요한 부모 노릇 등 사랑과 결혼을 위한 조언이다. 다섯 장으로 구성된 108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사랑의 의미』와 김계현 교수의 특강 1, 2집을 함께 읽는다면 사랑학 강의에 훌륭한 학점을 받을 것이다.

여성신문사의 편집부장인 김효선이 쓴 『우리 시대의 결혼 이야기』(여성신문사, 1994)는 우리 시대의 여성들이 처한 삶의 다양한 조건을 읽어내고 있다. 결혼의 필연성과 당위성은 알지만 그 실상에 무지한 미혼의 젊은이들에게 혼수 준비보다 시급한 것은 진정한 결혼 준비이다. 이 시대 젊은 여성들, 그리고 그 파트너인 남자와 부모님들의 삶에 대한 잘 쓰여진 보고서인 이 책은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들에게도 유용하리라 믿는다. 오숙희와 정진희의 『부부』(웅진출판, 1994)는 결혼 이후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해 부부 사이, 부부와 아이, 부부와 가족 관계 등을 중심으로 들려주는 선배의 충고이다. ‘결혼 생활의 지침서’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가족 공동체, 새로운 가족 문화를 지향한다. 참고로 결혼에 대한 신화와 통념, 그에 대한 획일적 찬양에 문제를 제기하는 『결혼이라는 이데올로기』(현실문화연구, 1993)도 소개한다.

동인 모임 「또 하나의 문화」에서 펴낸 『새롭게 쓰는 결혼 이야기 1(안에서)』(또 하나의 문화, 1996), 『새롭게 쓰는 결혼 이야기 2(밖에서)』(또 하나의 문화, 1996) 또한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이다.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시각과 결혼 이외에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사람들의 시각을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우리 시대 ‘결혼’이라는 화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 HE IS BACK!

그가 돌아왔다. “I'm back.”이라는 짤막한 성명과 함께, 그가 온다는 소문만으로 미국의 GNP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무려 2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마이클 조던. 조던이 돌아온 이유는 다름 아니라 아이들 때문이다. 은퇴했을 때에 너무 어렸던 아이들이 샤킬 오닐, 매직 존슨을 최고로 여기자, 아이들에게 최고의 선수로 기억되기를 바란 조던이 다시 복귀한 것이다.

이른바 ‘천사 산업’이 번성할 정도로 육아(育兒)에 쏟아 붓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은 엄청나다. 대다수가 잘못된 방향이라고 느끼면서도 조기 교육, 영재 교육 등과 같은 많은 신화(!)에 매달린다. 「공동 육아 연구회」가 펴낸 『함께 크는 우리 아이』(또 하나의 문화, 1994)는 육아에서 공공성과 공동체 의식을 모색하고자 한다. 육아에 대한 전문적인 충고나 체험기는 많지만―이 또한 천사 산업의 일 분야이자 모델이 없는 시대의 한 특징인데―육아의 이념과 철학까지도 검토한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한다.

육아에 대한 부분은 먼 훗날의 일로 생각하기 싶지만, 언젠간 이 글을 읽는 많은 학생들이 육아의 문제에 봉착하리라 생각되기에, 이에 관한 책들을 두 권 소개한다. ‘천사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아이들이 읽을 책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는데, 먼저, 존 로 타우젠드의 저작을 번역한 『어린이 책의 역사 1, 2』(시공사, 1997)를 소개한다. 아동 도서의 역사적 발달 과정과 그 의미를 심도있게 다룬 이 책은 서구 아동물의 변천 과정을 중심으로 저술된 것이지만, 서구 아동물이 빈번하게 출간되는 우리 출판계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문학과지성사, 1997)는 저자 최윤정씨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아동 도서 선택의 안목을 제공해 주는 책이다. 우리 아동 출판의 상황에 근거해 쓰여진 책인 만큼, 공감하는 바가 많으리라 생각된다.

이밖에 ‘입시문화의 정치경제학’이라는 부제의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또 하나의 문화, 1997)는 입시 지옥으로 상징되는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아울러 우리의 왜곡된 입시 문화와 교육의 파행상을 고발하는 이석범의 『윈터스쿨 상, 하』(살림, 1996) 또한 일독의 가치가 있다.

끝으로,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한 권의 책, 『엄마에게 쓴 짧은 편지』(1995, 샘터)를 소개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교양지인 샘터가 엮은 이 책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엄마란 소중하고 그리운 것임을 잘 보여준다.

■ 성(性), 그것이 알고 싶다

실상 인간에게서 성이란 매우 복잡한 현상이다. 우리는 이를 사회학, 정치학, 또는 철학적으로 다양하게 접근하고 조명할 수 있으며, 대학이란 사물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갖추도록 하는 곳이기도 하다. 근래에는 특히 성에 대해 ‘문화 인류학’적으로 접근한 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1995년 4월 5일자 『출판저널』(통권 167호)에 소개되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아울러 이 『지성과 패기』에 연재되고 있는 윤가현 교수의「청년의 성」도 매우 유용한 글임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돌려보는 일기장』(여성사, 1993)은 젊은 연인과 부부가 일상적으로 부딪치는 성에 관한 인식과 경험들을 독특한 구성으로 다룬 책이다. 성에 관련된 여러 문제를 일기 형식의 콩트로 보여주고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일기의 주인공은 남녀 한 쌍이지만 다양한 입장에서 문제를 보여준다. 「개인편」과 「사회편」으로 분리된 『18센티 여행』(희성, 1992)은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성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신감을 갖도록 성에 관한 지식을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도덕적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은 점, 재미있는 비유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성에 대한 정보가 과잉 공급되고 있으나 체계적이고 올바른 교육의 기회가 없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면, 청소년 대상의 책자이지만 이규미의 『성, 바로 아는 내가 좋다』(희성, 1994)도 권할 만하다.

독일 성교육 교과서로 근래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귄터 아멘트의 『섹스북』(박영률출판사, 1995)도 권하고 싶은 책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저작이지만, 성과 윤리, 성풍속에 관해 깊이 있는 시각을 제공해 주는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 Ⅰ, Ⅱ, Ⅲ, Ⅳ』(까치) 또한 일독을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안적 문화를 창조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동인들의 모임 「또 하나의 문화」에서 나온 동인지 「또 하나의 문화」 7호 『새로 쓰는 사랑 이야기』(또 하나의 문화, 1991)와 8호 『새로 쓰는 성 이야기』(또하나의 문화, 1991)도 우리 시대의 사랑과 성에 대한 주목할 만한 논의임을 말해둔다.

【지성과 패기 1995년 5·6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