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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둘, 우리들의 되돌아온 출발점 대학!人間/대학생이알아야할것 2008. 8. 25. 00:29
12. 열두번째, 우리들의 되돌아온 출발점, 대학!
■ 우리들의 되돌아 온 출발점, 대학
오늘날 우리 사회 그리고 대학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결코 ‘세계화’나 TOEIC만이 아니다. 폭넓은 독서와 아울러 고전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얻어지는 인문학적 교양과 미래로 향한 비전! 바로 이러한 것들을 자기의 구체적 삶 속에서 배양하며 실천하는 일이 그보다 더욱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이 연재가 그러한 과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후배 여러분의 인생과 미래를 축복하고 싶다.
■ 그토록 오래된 : 대학의 기원과 역사
논자에 따라 500년 이상 지속된 인류의 몇 가지 제도로서 대학, 국가, 교회를 들고 있다. 피상적인 통념과 달리, 대학은 그토록 유구한 연륜을 자랑한다. 따라서 그 기원과 역사를 먼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몇 가지 책자를 소개한다.
첫째, 해스킨즈의 오랜 중세사 연구의 결실인 간결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명저 『대학의 기원』(삼성 미술 문화 재단, 1978)이다.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삼성 문화 문고」의 하나(114번)인데, 같은 문고에 영국, 프랑스, 독일과 미국의 대학을 포괄하는 『학문의 전당』(185번, 1984), 그리고 『미국의 대학 혁명』(186번, 1984)이 있어서 근대의 고등 교육을 다룬다. 한편 「탐구 신서」에 있는 ‘서양 사학 총서’ 중 『중세 대학의 기원』(탐구당, 126번, 1988)은 중세 대학의 독자적 성격을 강조하는 고전적 업적이다. 참고 문헌의 부족 등 해방 직후의 열악한 연구 여건 속에서 착수하여 1950년에 출간된, 약전 김성식 선생의 『대학사』도 결코 망각할 수 없다. 한국 서양 사학의 선구자인 선생의 학식과 관심을 잘 보여 주는 이 명저는 다행히 「김성식 전집」 1권 『대학사·독일 학생 운동사』(제삼기획, 1987)에 수록되었다. 선학의 업적을 전집으로 정리하고 아울러 후배와 제자가 끊임없이 이를 활용하지 않는 한, 진정한 의미의 학풍과 학파는 형성되지 않는다. 사족이지만, 이런 점에서 『담원 정인보 전집』, 『백낙준 전집』, 『한결 김윤경 전집』, 『홍이섭 전집』 등을 발간한 연세대학교 출판부의 활동은 매우 의미가 있다. 끝으로, 일종의 일본 근대 사회 사상사 혹은 학생 운동사의 실록이라고 할 만 한, 사회파 추리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우의 『소설 동경 제국 대학』(까치, 1987)을 소개한다. 국립 서울 대학교의 모델인 동경 제국 대학과 그 교수들의 모습을 잘 보여 준다는 점에서, 미완성의 소설이며 절판되었지만 관심 있는 이의 일독을 권한다.
■ 여전히 새로운 : 대학의 기능, 위기, 개혁
비록 오랜 역사를 지녔으나, 대학이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위기와 개혁을 겪고 있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따라서 이제 현재의 대학을 중심으로 그 기능, 위기 그리고 개혁의 노력을 살펴보기로 하자. 캘리포니아 대학 총장 클라크 커의 『대학의 기능』(교학 연구사, 1985)은 ‘유니버시티’에서 ‘멀티버시티’라는 역사의 기로에 서 있는 대학을 검토한다. 그리고 『대학의 위기』(성원사, 1990)는 대학 재정의 궁핍, 교육 과정의 혼란, 대학 행정의 관료화, 대학 이념의 변화 등에서 유래하는 대학의 위기를 논리적·실증적 방법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셰익스피어의 정치 철학』(집문당, 1982)으로 소개된 바 있는 앨런 블룸은 『미국 정신의 종말』(범양사, 1989)에서 미국 교육, 특히 대학 교육의 맹점과 지성의 몰락을 신랄하게 공격하면서 고전 교육을 강조한다. 오늘의 젊은이들은 과거를 이해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이 황량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대학은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위치를 깨닫게 했던 철학과 문학의 위대한 전통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야 한다. 이른바 ‘민주주의’가 니힐리즘과 상대주의를 받아들일 경우 생기는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지적인 위기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다. 저자의 입장에 대한 찬반을 불문하고 필독서가 아닐 수 없다. 교양 교육이냐 전문 교육이냐의 문제가 20세기 초 이래 미국 대학의 중요한 쟁점이 되어 왔다. 미국의 교양 교육은 컬럼비아, 시카고, 하버드의 세 모델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에 관한 상세한 보고서가 바로 다니엘 벨의 『교양 교육의 개혁 :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의 경험』(민음사, 1994)이다. 근래 대학가에서 논의되는 학부제 등의 쟁점에 관한 중요한 시사와 제안이 될 것이다. ‘독일 대학이 미국 대학에 준 영향’을 다룬 『대학과 학문』(연세대학교, 1979)은 19세기의 미국 대학사를 서술한다. 학부 중심의 교수 기능을 강조하는 영국적 전통의 미국 대학이 대학원 중심의 연구 기능을 위주로 하는 독일 대학의 이념을 받아들이며, 아울러 사회 봉사라는 미국의 특유한 전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새로운 대학의 이념과 유형을 창조해야 할 우리의 대학 현실에 대단히 시사적이라 하겠다. 반면 『국제화 시대의 대학 개혁』(문조사, 1985)은 흔히 대학 개혁의 모델로 자주 언급되는 일본의 츠쿠바(築波) 대학을 준비, 창설, 성장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후쿠다(福田信之) 총장의 저서를 추려서 번역한 것이다.
■ 겹겹이, 또 켜켜이 : 복잡성의 제도
대학, 그토록 오래되었고 여전히 새로운 이 제도는 따라서 단순하지 않다. 필연적으로 복잡성을 띤 제도이다. 대학이 부딪히는 문제의 여러 측면을 생각해 보자. 먼저 에드워드 실즈의 『대학의 이념과 학문의 윤리』(나남, 1992)는 대학의 장래에 관한 국제 협의회 연구 모임의 보고서로서 대학 공동체에 성찰과 토론을 불러일으키고자 쓴 글이다. 학문의 자유만이 아닌, 윤리와 의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수님의 갈등 : 대학의 윤리성에 대하여』(예지각, 1987)는 교수의 채용과 평가, 연구와 강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부딪히는 대학 교육의 윤리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막스 베버의 원숙한 사상이 농축된 유명한 강연 『직업으로서의 학문』(문예출판사, 1994)이 베버 연구자이자 전문 번역가인 이상률에 의해 새로 번역되어, 직업과 학문, 정치 등의 문제를 깊이 검토하게 만들어 준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도 수록되어 있다. 서양 문명의 발달 과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며 대학의 역사와 본질에도 밀접한 연관을 지닌 휴머니즘의 전통에 관한 앨런 블록의 『서양의 휴머니즘 전통』(범양사, 1989)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역작이다. 현대 사회의 긴박한 문제점들에 대해 역사적 유래와 교훈을 밝혀 주는 양서라 하겠다. 이토록 훌륭한 명저가 절판에 가까운 상태로 망각되고 방치되었음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반드시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읽으라고 당부한다.
‘교학상장(敎學相長)’―가르침과 배움이란 교육이란 수레의 두 바퀴이다. 흔히 소홀하기 쉬운 대학의 교육 기능과 우리 대학의 현실을 살펴 볼 때, 「강의 평가제」는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박한준의 『훌륭한 강의는 연출의 예술이다』(상경사, 1995)는 대학원생과 대학 교수를 위한 대학 강의 기법으로, 강의 능력을 향상하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한다. 「강의 평가제」가 실시되고 있는 요즘, 대학 당국은 물론이요, 교육자 자신도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허스트 박사의 의학 교육론』(사계절, 1994)은 45년 간 소크라테스식 교육을 실천해 온 저자가 (의학) 교육에 관한 그의 뛰어난 통찰력을 설파하고 있다. 교육과 대학은 시설도 설비도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장이며, 이를 위해서는 벤치 하나만이라도 충분하다. 이 책의 사례가 (순환기) 내과의 특수 분야이지만, 그 원칙은 교육 일반에 적용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학 기술 시대의 대학에 요구되는 연구 기관으로서의 역할에 관해 생각해 보자. 이 문제를 대학의 이념과 미래상에 연결시켜 논술하는 애슈비의 『과학 기술의 혁명과 대학』(연세대학교, 1971)은 간결한 명저이다.
■ 안에서 깊숙히 :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대학 신문의 현직 기자이거나 졸업한 기자 출신들이 쓴 『우리들의 대학』(거름, 1989)은 대학 사회에서 직접 체험한 사실을 토대로 대학인의 삶, 의식, 고민을 생생하게 전해 준다. 불완전한 논리나 경솔한 단정, 그리고 이미 여러 면에서 시대가 바뀐 대학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환상과 현 실의 틈바구니에서 겪은 선배들의 고통과 좌절은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 조정현의 『한국의 대학교수시장』(내일을 여는 책, 1996)은 교수와 대학의 질 저하, 그리고 대학 경쟁력 상실의 근본 원인을 그릇된 교수 임용 풍토에서 찾고 있다. 교수 공정 임용을 위한 모임의 간사로 활동 중인 저자가 제시하는 풍부한 사례와 대안은 한 번쯤 음미해 봐야 할 대목이라 하겠다. 『대학과 교수 사회 이대로는 안 된다』(한샘, 1994)는 광운대 교수인 저자(조광섭)가 ‘개혁의 무풍지대’인 대학 사회, 특히 교수 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쟁 체제와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글이다. 투박하고 거친 표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현실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한편 『이런 교수는 대학을 떠나라!』(한송, 1995)는 일본의 대학 교수, 사쿠라이 쿠니모토가 쓴 ‘대학의 죄와 벌’이다. 일본 가나가와 대학 공과대학장을 맡고 있는 저자는 공부하지 않는 대학 교수를 향해 “대학 교수와 거지는 사흘만 하면 다른 일은 할 수가 없다. 그보다 더 편한 직업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구걸할 필요조차 없으니 교수는 거지보다 더 편한 직업이다”라는 자조섞인 평을 한다. 교수 채용을 둘러싼 금품 수수, 대학 내 이권 개입, 부정 입학, 제자나 조교에 대한 성희롱, 교재를 둘러싼 출판사와의 뒷거래, 학내 파벌 조성 등 일본 교수 사회에 내재한 치부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광복군으로, 세계적인 「아세아 연구소」의 소장으로 한국 현대사를 헤쳐 나온 우리 시대의 거인 김준엽의 『장정 3 : 나의 대학 총장 시절』(나남, 1990)은 보기 드문 귀중한 증언이다. 80년대 초반의 고대 총장 시절을 솔직히 드러내는 이 회고록에서, ‘역사의 신’을 믿는 저자는 고려대만이 아닌 당시 대학 사회의 여러 면을 총장이라는 입장에서 전해 주고 있다. 『장정』의 나머지 부분도 일독을 권한다. 『우리의 학맥과 학풍』(문예출판사, 1995)은 우리의 주요 현대 학문들에 대해 그 발달 과정을 스케치한 책이다. 서양 철학의 전공자이자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인 저자 이한우는 이 책에서 동양 철학, 서양 철학, 역사학, 사회학, 정치학, 법학 등 6개 분야를 통해 한국 학계의 실상을 가늠해 보고 있다. 제자들의 논문을 도용하거나 외국 논문을 자기 것인 양 교묘하게 표절하는 등 교수들의 학문적 비리와 치부가 낱낱이 공개되어 있는 이 책은 아카데믹 저널리즘이 부재한 한국 풍토에 매우 보기 드문 역작으로서, 전공을 불문하고 일독을 권유한다.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어용 시비를 빠뜨릴 수 없다. 『한겨레 21』 제92호(96년 1월 18일자)는 「교수님, 발가벗은 교수님」에서 “학자의 양심을 팔아먹은 5·6공의 이데올로그”를 추적하고 해부한다. 군사 정권의 창출 작업에 참여, 그 통치 이념을 만드는 데 자신의 지식을 쏟아 부었던 일부 교수들이 저지른 곡학아세(曲學阿世)의 행태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브로이엘의 『지성의 몰락』(한길사, 1980)은 비스마르크 시대부터 나치의 제3제국까지 정치권력에 의해 와해되는 독일 대학이 겪었던 상황과 역사, 폭력화한 권력과 그에 기생하여 어용화된 지성을 다큐멘터리로 해부한다.
‘서울대 패권주의’가 결국 이 나라를 병들게 하고 망치고 있다는 강준만의 『서울대의 나라』(개마고원, 1996)는 우리 사회의 ‘간판 제일주의’와 ‘학연 만능주의’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 댄 문제작이다. 저자가 고발하는 이 나라 학벌과 학연주의의 참상은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밖에 전 국회의원 김원웅이 펴낸 『교육백서 Ⅰ, Ⅱ, Ⅲ』(사회정책연구소)과 심선옥의 『대학이여 우리는 희망없이 네 이름을 부를 수 없다』(삼신각, 1996) 또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저작들이다. 전자는 국회 교육위에서 활동하였던 저자가 한국 대학의 열악한 현주소를 고찰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펴낸 책이며, 후자는 교수도 아니고, 교직원도 아니며, 학생은 더구나 아닌,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40%, 교양 수업의 70%를 담당하고 있는 대학 강사들의 애환과 항변을 담아낸 저작이다.
■ 결코 끝나지 않는 : 아쉬움을 달래며
대학이란 결국 ‘커다란(大) 배움(學)의 터’가 아닐 수 없다. 첫째 현대 학문의 성격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한다. 먼저 『학의 방법론 입문 1 : 분석적 방법을 중심으로』(교보문고, 1992), 『입문 2 : 비분석적 방법을 중심으로』(교보문고, 1994)이다. 전자는 언어 이론, 연역과 귀납을, 후자는 현상학, 해석학과 역사적 방법 그리고 변증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장피아제의 『현대 학문 체계와 그 엇물림』(연세대학교, 1980)은 발생적 구조주의의 입장에서 구조, 기능, 의미의 체계로 현대의 학문 체계를 분석한다. 『기호와 문학 : 문학의 기본 개념과 구조』(민음사, 1994)는 기호와 의미를 통해 문화와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 연구 활동의 주체인 연구소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해, 『아인슈타인의 방』(하서, 1993)과 『카오스에서 인공 생명으로 : 복잡성의 과학』(범양사, 1995)을 소개한다. 전자는 「프린스턴 과학 학술 연구소」를 다루고, 후자는 「산타페 연구소」의 이야기이다. 하나(프린스턴)가 학술계의 거장과 천재를 위한 양로원이라면, 다른 하나(산타페)는 제도와 권위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개인들의 고아원이다. 유감스럽게 우리나라의 대학에는 좋은 의미의 양로원도 참된 의미의 고아원도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리고 『대학 출판부 종합 도서 목록 1996』(한국대학출판부협회, 1995)은 69개 회원 대학에서 발간된 출판물의 종합 도서 목록이다. 색인이 정리되어 있지 않지만, 대단히 유용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또한 문고본 출판의 활성화를 기대하면서 대학론과 관련된 몇 권의 문고본 책을 소개한다. 「중앙신서」 11번으로 나온 퍼킨즈의 『대학의 미래』(중앙일보사, 1978), 「을유문고」 76번인 클라아크 커어의 『대학의 사명』(을유문화사, 1971), 「서문문고」 103번인 야스퍼스의 『대학의 이념』(서문당, 1973) 등. 단 「중앙신서」는 절판이며, 『대학의 이념』은 경희대 출판부의 「경희신서」에도 포함되어 있다.
【지성과 패기 1996년 1·2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