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多閑/이것저것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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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의 귀향, 음악극 '귀향'雜多閑/이것저것 글 2018. 4. 3. 18:03
귀향, 율리시스를 노래하고 윤이상을 듣다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30일 세계 초연 서양음악과 전통음악, 가곡과 가요까지 어울어진 파격무대 ”고향과 귀향의 의미, 나아가 정체성의 의미 묻고 싶었다” 전위적 융복합 무대 장기인 독일 오페라 감독 루터거 엥겔스 연출 음악극 .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이타카의 왕 율리시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오랜 방황과 모험 끝에 고향에 돌아온다. 전쟁은 끝났지만 트라우마는 남아 율리시스는 호기롭던 젊은 날의 그가 아니다. 20년간 남편을 기다려온 아내 페넬로페도 마찬가지. 율리시스의 귀향은 꿈에서도 갈망해온 일이지만 막상 돌아온 남편은 낯설기만 하다. 마침내 이뤄진 귀향은 두 사람에게 절실했던 만큼 기쁘기만 한 걸까.통영국제음악제가 시작을 알린 지난달 30일 밤, 통영국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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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칼럼] 베이징의 인사동, 유리창 옛이야기雜多閑/이것저것 글 2017. 12. 22. 10:58
문 대통령은 ‘천애지기’의 현장인 베이징의 유리창 거리도 방문하였다. 유리창은 서울의 인사동과 비슷한 문화예술의 거리다. ‘천애지기’는 아득히 떨어져 있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각별한 친구라는 뜻으로 이는 중국 학자 엄성이 홍대용에게 보낸 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한 나라를 국빈방문하는 대통령의 일거일동에는 양국 현안에 대한 속뜻이 은연중 들어 있다. 1984년 개혁개방을 추구하던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영국을 방문하였을 때 그가 찾아간 곳은 마르크스가 을 집필한 대영도서관의 책상이었다.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실무는 협상 테이블에서 안보와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핵심 과제는 사드 문제로 금이 간 양국의 친선적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두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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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죽음의 배후 세력 (장정일)雜多閑/이것저것 글 2017. 9. 29. 22:38
마광수 죽음의 배후 세력장정일 (소설가) 나의 인격이 이벤트화(event化)되거나 스펙터클화(spectacle化)되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다. 한 사람이나 집단이 사건화되거나 구경거리가 되고 나면, 대중은 더 이상 그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려 한다. 전 국민의 이목을 끄는 사건이나 구경거리가 되면서 한 사람 또는 특정 집단은 어떤 새로운 해석이나 해명에도 끄떡하지 않는 영구불변한 기호가 된다. 김부선은 ‘대마초녀’, 김용민은 ‘막말꾼’, 이석기는 ‘빨갱이’, 동성애자들은 ‘항문으로 하는 놈들’이고, 9월5일 타계한 마광수는 ‘색마’였다.ⓒ이지영 그림물론 기호가 되는 것에 부정적인 함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스미디어가 범람하고 자기 홍보가 대세인 시대에 우리는 기호를 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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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 100년雜多閑/이것저것 글 2017. 6. 10. 00:19
김병익 문학평론가묵은 것들 정리 중 툭 떨어진 것이 오래전의 기사 뭉치였고 펼쳐본 그 첫 스크랩 제목이 ‘ 소설문학 50년’이었다. 아항, 이런 기사를 쓴 적 있었지, 기억이 떠오르면서 납활자로 인쇄된 그 작은 글자들을 새삼 다시 읽었다. “춘원 이광수의 이 매일신보에 발표된 것이 1917년. 올 1967년으로 꼭 50년이 되었다.” 이 스크랩은 그해 7월29일치 로 적혀 있었다. “춘원 문학에서 최초의 장편인 은 곧 신소설과 구별되는 우리 현대문학에서의 최초의 소설. 따라서 한국 소설문학은 꼭 반세기의 나이를 먹었다.” 이렇게 특집으로 기획된 50년 기념 기사에서 앙케트를 받은 41명의 문학인은 문제작 10편으로 (10위가 동점)을 꼽았고 작가로는 이광수, 김동인, 김동리, 염상섭, 이상, 황순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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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세상의 저녁] 소설가 채영주의 죽음에 대한 회상雜多閑/이것저것 글 2017. 6. 10. 00:18
정찬 소설가6월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소설가 채영주다. 그가 숨을 거둔 것은 2002년 6월15일이었다. 향년 40.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첫 16강에 진출함으로써 전국이 열기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그의 죽음은 여느 죽음과 달랐다. 사인은 위 무력증이었다. 아사(餓死)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위 무력증에 시달리나 그것으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의사는 채영주에게 나타난 증상이 병리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 정신과 치료를 권유했다. 한동안 정신과 전문의 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다.앙드레 말로에게 문학은 운명을 소유하는 수단이었다. 덧없는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유효한 도구가 문학인 것이었다. 채영주에게 문학은 무엇이었을까? 2남2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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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통제'라... 흥미로운 주제군!雜多閑/이것저것 글 2017. 5. 12. 16:06
대선이 끝나기만 기다린 사람들 권명아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경찰은 ‘요주의 인물’로 동태를 파악하던 A의 거처를 수색하여 일기장을 발견하였다. A는 일기장에 매일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적어두었고, 그 내용을 토대로 체포되고 심문을 받게 되었다. 심문 과정에서 ‘계간’ 행위를 추궁당했다. A는 실상 치안유지법으로 처벌받았다. 이는 1930년대 실제 발생한 사건이다. 일본 경찰은 다분히 계간 행위를 추궁함으로써 조사 대상자에게 수치심과 모욕감,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것에 대한 공포심을 주었을 것이다. 자료를 발견했지만, 자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하지 않는 것이 연구자 윤리라 생각하는 이유다.이 사건은 흥미롭게도 2017년 발생한 군대 내 게이 군인 색출 사건과 닮았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수사관은 휴대폰을 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