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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독서에 관하여人間/대학생이알아야할것 2008. 8. 25. 00:19
02. 두번째, 독서에 관하여
흔히 현대를 ‘정보 폭발의 시대’라고 한다. 오늘날 정보는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여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매몰되어 있다. 실상 현대에 있어서 인간 행위의 많은 부분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이해하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대학이나 연구 기관에 종사하는 전문적인 연구자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기업 등 일반 사회에서도 정보를 흡수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예컨대 책을 빨리 읽기 위한 속독술(速讀術)도 미국의 경우 주로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발달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정보가 많을수록 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능력은 대학 시절의 독서를 통해서 배양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독서는 정보만이 아니라, 오락과 교양을 함께 제공한다.
■ 어째서 독서가 필요한가?
이렇게 대학 생활은 물론이요, 졸업 후의 사회 생활을 위해서도 올바른 독서법의 체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무슨 책을 읽고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정답은 하나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중국의 책에는 137가지의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그 내용이 모두 상이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다양한 독서법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우리를 새삼 놀라게 한다. 따라서 이 글은 독서에 관한 몇 가지 측면을 언급하며 관련 책자를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고자 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소개하는 책들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알아보기 바란다. 지난 호에서 나는 동아시아의 전통에서 ‘배움’이란 궁극적으로 ‘본받고 모방하는 행위’라고 말하였다. 즉, 이상적인 인간 혹은 인격을 본받고 모방하는 것이며, 따라서 인생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였다.
아울러 본받을 만한 인간상을 주위에서 발견하지 못했을 경우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여러분은 ‘사숙(私淑)’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접 가르침을 받지 않았지만 그 사람을 사모하며 본받아서 도나 학문을 닦음’이라고 국어사전에는 정의되어 있다. 이 말의 출전은 『맹자(孟子)』이다. 맹자는 공자(孔子)보다 100여 년 뒤에 태어났다. 당연히 그는 공자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항상 마음속에 자신이 본받아야 할 모범으로 간직하였던 것은 바로 공자의 삶이었다. 그는 이런 자신의 행위를 ‘사숙’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대학 시절에 가급적이면 훌륭한 자서전이나 인물 평전을 읽기를 무엇보다 권한다. 그것은 우리에게 감동을 줄 뿐 아니라 때로는 본받아야 할 삶의 길을 제시하기도 한다. 남들에 비해 뛰어난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엉터리 위인전과는 달리, 좋은 평전이나 훌륭한 자서전은 그들이 인간적인 약점과 한계를 지녔음에도 어떻게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며 위대한 업적을 성취했는가를 보여준다. 이리하여 우리는 인간의 여러 유형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을 반성할 수 있다.
근래에 들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여러 인물들에 대한 열전(列傳) 형식의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이런 책을 통해 뛰어난 인물들을 간략하게나마 접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류의 책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한겨레신문사 문화부에서 펴낸 『20세기 사람들 상, 하 : 레닌에서 비틀스까지 1백 명으로 본 20세기』(한겨레신문사, 1995), 『발굴 한국현대사인물 1, 2, 3』(한겨레신문사, 1991)과 김우창·도정일 등이 엮은 『103인의 현대사상 : 20세기를 움직인 사상의 모험가들』(민음사, 1995) 등이 있다.
■ 독서의 방식에 관하여
독서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여기서는 ‘남독(濫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일반적인 독서론에서는 남독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언급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젊은 시절에는 어느 정도 남독이 필요하다. ‘깊게 파기 위해서는 넓게 파기 시작해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상이한 분야와 다양한 종류의 책을 폭넓게 읽는 것은 인간을 보다 넓고 깊게 만들어 준다.
일본의 어떤 유명한 석학(碩學)이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어떻게 그처럼 박식한가? 그의 대답은 “something about everything, everything about something”이라는 것이다. 가령 중국과 관련된 어떤 분야를 전공한다고 할 때, 문학이건 철학이건 사학이건, 또는 정치, 경제와 같은 현재의 시사 문제이건 중국과 관련된 책을 다양하게 읽으면 자신의 특정한 전공 분야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데 더욱 도움을 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자기의 전공 분야가 아닌 다른 방면에서 얻어지는 수가 많다. 이는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만이 아니라 자연과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공이 사물을 특정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눈이라고 한다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자기의 고정된 시각이 아닌 별도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이런 것은 대화를 통해서도 가능하겠지만, 그런 기회가 항상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는 않다. 더욱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대화하는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준다.
남독과 관련해 한 가지 충고한다면, 이를 통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사랑할 수 있는 저자(著者)를 발견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는 가급적 그 저자의 모든 것을 읽도록 권하고 싶다. 자신이 좋아하는 저자를 통해 세계와 인간과 사물을 이해한다면, 인간적인 성장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토양이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저자를 발견하고, 그의 전집을 읽고 그에 관련된 책들을 읽는 일은 대학 시절에 가능한 지적 즐거움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남독과 관련해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남독’을 한다 해서 ‘정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일법통(一法通)이면 만법통(萬法通)”이라는 말도 있듯이, ‘다독(多讀)’과 ‘정독(精讀)’은 독서에 있어서 동시에 추구해야 할 두 마리 토끼라 할 수 있다. 전공의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이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다독술(多讀術)’이 필요하고, 전공 분야와 관련해서는 숙독(熟讀)을 통해 한 권의 책을 샅샅이 훑어 내는 정독술(精讀術)이 필요한 것이다.
■ 어떻게 책을 찾고 구할까?
우리나라에서도 한 해에 수만 종의 책이 나온다. 하루에도 몇백 권씩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일일이 모두 추적할 수는 없다. 외국의 경우에는 서평(書評)이 발달되어 있는데, 우리의 경우는 아직까지 이런 도서 정보의 유통이 제대로 정착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이를 보완하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신문의 서평과 신간 안내를 들 수 있다. 일간지에 나오는 서평과 신간 안내는 신문에 따라 게재되는 요일이 다르므로, 적어도 해당 신문의 게재 요일을 알아두는 것이 편하다. 다음으로, 기타 주간지와 월간지의 서평과 안내 등을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종로나 교보, 영풍 등의 대형 서점에서 계절에 한 차례 신간 안내를 발행한다. 이 또한 좋은 참고 자료가 된다.
출판사에 따라서 자사의 도서를 소개하는 책자(출판사 도서목록)를 발행하기도 하므로 만일 관심이 있으면 이것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평과 신간 안내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출판저널』을 빼놓을 수 없다. 격주간으로 발행되는 『출판저널』은 독서 생활에 좋은 반려자가 될 것이다. 기타 월간으로 『책과 인생』, 근래 발간된 『뿌리와 날개』(현재는 휴간) 등을 들 수 있다.
대학생의 경우 교재류일 경우는 구내 서점이나 학교 근처의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서점(書店)은 반드시 책 구입만을 위한 곳은 아니다. 때로 서점은 ‘도서관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다. 신간 서적의 경우 도서관은 서적을 구입하고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장서량에 있어, 우리나라 최대 대학 도서관인 서울대 도서관보다 더 많은 장서를 보유(40만종, 230만권)하고 있기도 하다. 일주일이나 혹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대형 서점에 나가는 것은 대학생으로서 일종의 의무라고 생각해도 좋다. 대형 서점은 분야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가급적이면 자기가 필요한 분야를 살펴보고 난 뒤 여타의 관심 분야도 살펴보도록 한다. 약속 장소를 서점으로 정할 경우는 어떤 분야라고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관심이 있는 책을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간단히 도서관에 대해 언급한다면, 도서관은 각기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 도서관의 특성을 아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절차나 규정, 그리고 도서 분류의 방식을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도서 분류 방식의 특징을 안다면 훨씬 필요한 책을 찾기 싶다. 이와 관련해 서점과 도서관에 관한 가이드로 조경환 편저 『서울북맵』(진선출판사, 1993)을 소개한다. 서점가 지도, 대형 서점 16곳, 전문 서점 160곳, 대형 도서관 3곳, 전문 도서관 200곳 등으로 구성된 이 책은 ‘노우훼어(know-where)’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때로는 여기 적혀 있는 전문 서점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다. 자기의 전공 분야나 관심 분야에 관련된 전문 서점을 알아두고 자주 찾아가는 것 또한 대학 시절에 할 수 있는 훌륭한 지적 훈련이다.
■ 독서에 관한 여러 가지 책들
자, 이제 독서에 관련된 책을 알아보도록 하자. 책과 독서에 관한 일반적 안내, 구체적인 독서법, 읽을 만한 책자의 안내서, 그리고 독서 체험기 등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안도섭의 『책과 어떻게 친구가 될까』(소나무, 1993)는 책과 독서에 관한 포괄적인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책과의 만남, 독서의 향기, 독서를 위한 기본 자세로 나누어진 제1부 ‘책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책과 독서의 이모저모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장서와 서재의 구상, 어떻게 책과 친할까, 여러 가지 독서법으로 이루어진 제2부는 지적 생활을 위한 독서의 측면을 다양하게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 책에 관한 명언(名言)과 한국과 서양의 명저 목록이 수록되어 있다.
독서의 구체적인 방법에 관한 책으로 먼저, 모티머 J. 애들러와 찰즈 밴 도랜이 지은 『독서의 기술』(민병덕 옮김, 범우사, 1993 2판)을 추천한다.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는 양서(良書), 다시 말해 명저를 지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읽기 위한 규칙과 태도를 서술하고 있다. 저자들은 독서의 수준을 ‘이 글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를 이해하는 ‘초급 독서’, 시간 안에 내용을 파악하는 ‘점검 독서’, 책의 내용에 관련된 것을 계통적으로 읽는 ‘분석 독서’,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몇 권의 책을 읽는 ‘신토피칼 독서’로 나누면서 그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논한다. 제1부 ‘독서의 의의’에서는 독서 기술과 적극성, 독서의 수준에 대한 논의를 한 후 ‘초급 독서’와 ‘점검 독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다. 제2부는 제3수준의 독서인 ‘분석 독서’에 대해 말한다. 여기서는 책을 분류하는 법, 책의 구성을 파악하며, 저자의 의도를 알아내는 것에 대해 먼저 말한다. 그리고 나서 책을 올바로 비평하고, 저자의 주장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법, 기타 참고 도서를 활용하는 법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소설, 희곡, 시 등의 문학을 읽는 법을 말한다. 제4부 ‘독서의 최종 목표’에서는 ‘신토피칼 독서’의 방법과 원리를 말한 뒤, 독서가 정신의 성장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논하고 있다. 이론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독서의 절차와 기술을 계통적으로 가르치는 과학적 독서법이 서술된 것이, 이 책의 강점이자 특성이라 하겠다. 따라서 적어도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유인을 위한 책읽기』(최영호 옮김, 청하, 1988)는 『독서의 기술』을 공저한 모티머 J. 애들러의 단독 저술이다. 원서의 제명은 전자와 같이 ‘How to Read a Book’이다. 전자와 달리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서양의 각종 명저를 소개하고, 그 저자들의 기본 의도를 찾고 오늘의 여러 저서에 어떻게 맥이 닿아 있는가를 밝히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제1부 ‘책읽기의 적극성’, 제2부 ‘책읽기의 규칙’, 제3부 ‘독자의 나머지 생애를 위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부록으로 고전 목록이 수록되어 있다.
일본의 문예평론가이자 작가인 가토 슈이치의 책을 편역한 『독서야, 너 정말 재미있구나』(명지사, 1993)는 1부 ‘책은 어디서 읽는 게 좋을까’와 2부 ‘어떻게 읽을 것인가, 그 기술’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1부에서는 독서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음을 역설한다. 2부는 ① 천천히 읽는 정독술(精讀術), ② 속독술(速讀術), ③ 책을 읽지 않는 독서술, ④ 원서 해독술, ⑤ 신문과 잡지를 읽는 법, ⑥ 어려운 책을 쉽게 읽는 비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책들에 비해 자유로운 서술로 독서법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양서를 안내하는 책자를 소개한다. 먼저 한양 대학교의 ‘교양 필독 도서 선정 위원회’가 엮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 꼭 읽어야 할 양서 100권』(한양 대학교 출판원, 1994)이 있다.
이 책은 책과 독서에 대한 글과 교양 필독 도서 100권에 대한 해제, 그리고 270권의 추천 도서 목록, 나의 독서 일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독 도서는 고전적 가치가 있는 명저 중에서 일반 교양에 알맞은 것을 필자나 역자도 고려한 세심한 기준과 원칙 하에 100권을 선정하고 있다. 추천 도서에는 앞에서 제외한 문학 작품, 그리고 보다 전문적 가치가 높은 고전적 명저나 양서, 또는 전공 과목과 연계된 참고 도서도 수록하고 있다. 양자는 모두 분야를 여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① 종교·윤리·도덕 등의 ‘바르게 사는 길’, ② 철학·사상 등의 ‘삶의 빛과 지혜’, ③ 문학·예술 등의 ‘아름다움의 세계를 찾아서’, ④ 역사·전기 등의 ‘선현의 발자취’, ⑤ 사회 과학과 관련된 ‘더불어 사는 길’, ⑥ 자연과학을 이해하는 ‘자연의 신비를 밝히는 등불’.
다음으로 ‘한겨레신문이 권하는 좋은 책 일백 권’이라는 부제를 지닌 『책이야기』(한겨레신문사, 1993)가 있다. 이 책은 60년대 이후 출판되어 한국 지성사와 출판사에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책들을 1주일에 한 번씩 선정해서 연재한「책이야기」의 100회 분을 모은 것이다. 따라서 단 순한 서평이 아니라 지난 30년대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책과 시대에 대한 기록이자 증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고려 대학교 출판부에서 펴낸 ‘문학편’과 ‘논저편’의 2권으로 구성된 『교양 명저 60선』도 대학생을 위한 좋은 안내서이다.
독서 체험기로는 고은 등이 엮은 『책, 어떻게 읽을 것인가』(민음사, 1994)가 있다. 1부 ‘이 한 권의 책’에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독서 경험을 세세히 담은 글들을 통해서 옛 고전에서 현대의 이론에 이르는 다양한 책 세계가 소개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개인에게 책과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할 수 있고, 다양한 책읽기의 방법에 대해 많은 시사를 받을 수 있다. 2부 ‘책과 문화’에서는 ‘책읽기란 무엇이며, 그 의미는 어떻게 완결되는가’ 그리고 ‘책 속의 길찾기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라는 문제를 일반론적으로 다루고 있다. 1부의 구체적 경험과 2부의 원론적 접근을 통해 독서의 다양한 측면을 접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큰 특색이자 장점이라 하겠다. 또다른 독서 체험기로 ‘한국의 대표 지성 51인의 책과 인생’이라는 부제로 한겨레신문사가 펴낸 『내 인생의 책들』(한겨레신문사, 1995)이 있는데, 이 책은 독서가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를 명사들의 고백을 통해 깨닫게 해 준다.
마지막으로 독서와 책, 출판 등을 테마로 근래 출간된 몇 권의 책을 소개한다. 김지원 등 『출판저널』 출신 기자들이 엮은 『책속에 숨어있는 99가지 책이야기』(한길사, 1996)는 책과 독서가(또는 애서가), 장서와 도서관, 그리고 책읽기에 관한 재미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한겨레신문 문화부 기자 출신인 고종석이 펴낸 『책읽기·책일기』(문학동네, 1997)는 우리 문단의 비평가, 한국의 출판사, 그리고 책과 출판에 대한 여러 단상들을 담아 낸 책이다. ‘출판 저널리스트가 쓴 책동네 이야기’라는 부제의 『책을 만나러 가는 길』(열화당, 1996)은 1부 ‘화제작의 뒤안길’, 2부 ‘책동네 이야기’, 3부 ‘책밖의 경작자들’, 4부 ‘저작권의 세계’, 5부 ‘책과 사람들’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경향신문과 국민일보에서 출판 전문기자로 재직한 저자 손수호의 경험과 안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다. 끝으로, 강준만 교수의 대중문화 비평집인 『고독한 대중』(개마고원, 1996)에 실려 있는 ‘베스트셀러의 사회학’이라는 부분을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지성과 패기 1994년 5·6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