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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학자가 보는 세상]‘타자의 문화’ 알수록 강해진다
    雜多閑/이것저것 글 2008. 9. 19. 02:26

    [인류학자가 보는 세상]‘타자의 문화’ 알수록 강해진다
    입력: 2006년 07월 21일 16:25:20

    ▷ 프롤로그 : 인류학적 세상읽기를 제안하며

    우리 생활 주변의 모든 것은 인류학의 연구대상이다. 1925년 현지조사차 방문한 남태평양 사모아에서 원주민 복장을 한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근자에 ‘문화’라는 단어가 일상화되었다. 이는 경제적인 관심 때문이다. 곧 대중문화 상품이 민족의 명예와 국가경제를 좌우한다는 이상한 믿음이 만연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란 행동방식, 세계관, 상징체계 등이 결합하여 만드는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이며 그 주체는 인간이다. 같은 생태 조건이나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 사회에 따라 반응 양식이 다른 것은 그 주체인 사람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틀과 적응의 방식을 문화라 한다면 우리 사회 안에서도 성, 세대, 지역, 계층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의 세계가 어떤 종류의 사람으로 채워질 것인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한 사회가 공동체적인 외양을 갖춘다 하더라도 실제로는 정치이념이나 사회적 배경 그리고 문화적 성향이 서로 아주 다른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 경제 사회 현상이란 어떤 입장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그 현실과 의미는 다르다. 우리가 종종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사회를 동질적인 공동체로 간주하기 때문에 과감한 해석과 방향제시가 가능하다. 그러나 피상적이고 파편적인 관찰에 바탕한 해석은 현실을 왜곡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파악하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프랑스의 화장품 회사에 인류학자들이 많이 고용되어 있는 것은 민족이나 종족 혹은 인종 마다 냄새와 색깔 또는 화장에 대한 각각의 미적 기준이 있으며 일상생활의 방식에 따라 화장품의 종류나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의 많은 국제기구에도 인류학자가 다른 어떤 분과의 전문가보다 많다. 인권, 이주노동자, 난민, 아동과 여성 보호, 빈곤구제, 식량생산과 기아의 해결, 마약퇴치, 질병과 위생 및 보건 의료 문제의 해결, 환경과 자원의 이용, 교육 과학 문화의 발전 등을 위한 기구는 각각 법적인 지식, 과학적인 지식과 기술, 정치경제학적 식견 등을 필요로 하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인종과 민족 혹은 지역 사회의 문화체계와 그 문화 간의 갈등에 있다. 따라서 사람과 문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자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남태평양 원주민 어린이를 업고 있는 미국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필드에서 온 편지’ (1977) 중에서.
    벤처기업의 시대가 되면서 서구 경영학에서 인류학은 필수과목으로 되고 있다. 제품의 품질 못지않게 소비자에게 어떤 감동과 공감을 창출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며 그것은 곧 문화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일부 기업체에서도 그것이 인류학인지를 알지 못한 채 디자인 민족지(design ethnography)라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그것은 소비주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선정하여 몇 주일 혹은 몇 달을 끊임없이 그들을 따라다니며 아침부터 밤까지 옷, 장신구, 친구와 만나는 장소, 시간을 보내는 방법, 사용하는 물건의 모양과 색깔, 대화의 내용, 취미 등 일상생활의 모든 사항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소비자 자신도 의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생활습성과 심층적 욕구와 취향과 성향을 알아내어 상품의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전의 시장조사나 면담조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아주 획기적인 방법으로서 사람을 심층적으로 알아내는 작업이다.

    선진국이 시장을 장악하는 까닭은 그들이 타자의 문화를 더 많이 알고 수용하고 응용하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곧 선진국일수록 인류학이 지식사회에서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사회가 정치와 경제의 발전을 어느 정도 이룩하면서 문화에로 관심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이제 지식의 내용과 사물과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할 때이다. 구조, 자본, 이념, 권력, 체제, 제도 등이 중요하지만 그것들의 저변에 인간 주체성이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예로써 경제행위의 설명에는 합리성 뿐만 아니라 민족과 사회마다 다른 합리성의 문화적 실천양식을 규명해야 한다.

    환경, 조건, 역사, 전통, 관행 등등이 결합된 총체적 체계 속에서 사람의 사고와 행위를 설명하는 혜안과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시각과 신선한 지식을 개발할 수 있다. 타자와 타문화를 이해하고 향유하는 능력 즉 문화적 소통능력과 문화의 수용능력은 이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생존의 자산이다.

    충남 연기 신행정복합도시 예정지에서 민속자료를 채집 중인 연구자들. <차정환씨 제공>
    오늘날 심각한 세대 간 격차의 문제는 역사적 경험과 지식과 기술체계 그리고 소비영역의 현실적 차이 뿐만 아니라 그들의 세계에 대한 심층적 경험이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여성해방은 보편적인 명제이지만 그 의미와 실천 방식은 해당 사회의 문화와 연결되어서 평가된다. 스포츠 경기에서 자기 팀에 대한 열광적 응원은 보편적이지만 ‘붉은 악마’ 신드롬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학군과 집값의 상관관계는 교육에 대한 한국 문화의 의미를 간과하여 설명할 수 없다.

    요컨대 문화현상, 유행, 성향 등은 그것을 만들고 실천하는 주체로서의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규명되어야 한다. 인류학은 현실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일상의 영역들에 대하여 민족지적 접근을 통한 심층적이고 총체적인 이해를 하게 해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지식과 삶의 방법은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류학은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낯선 것에 대한 이해를 하게 해준다. 낯선 세계의 폭이 넓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지식과 경험의 폭과 깊이 그리고 종류가 제한되어 있으며 우리 자신이 그러한 제한된 세계를 벗어나야 함을 깨닫지 못하거나 그럴만한 능력이 축적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시대에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인류학적 생각과 지식을 일상화해야 하고 인류학적 방법으로 세상읽기를 일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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