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間
-
'부용산'을 기억하시게, 누이의 애가를人間/향원익청(곽병찬) 2015. 4. 8. 18:57
일러스트레이션 이림니키곽병찬의 향원익청(香遠益淸)시인 박기동과 작곡가 안성현의 누이도 온다 간다는 말도 못하고 그렇게 갔다. 1947년 박영애는 벌교에서 스물넷에, 안순자는 광주에서 15살에 세상을 떴다.시인 김소월이 자란 곳은 평안북도 정주의 바닷가 마을이었으니, ‘뒤뜰 밖 갈잎의 노래’는 온전한 꿈이었을 것이다. 소월도 가고 꿈도 갔지만, 시 ‘엄마야 누나야’는 북의 정주를 떠나 남의 나주 남평 지석강에서야 꿈꾸던 터를 잡을 수 있었다. 지석강이 키운 안성현을 만나 노래가 되었고, 금모래와 갈잎의 노래에 둘러싸인 노래비로 남았다. 박기동 시인의 ‘부용산’이 이 땅의 누이를 위한 불멸의 애가(哀歌)로 남게 된 것도 그곳 안성현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화순군 이양면 왕피나무골에서 발원한 화순천은 능주 적벽..
-
모름지기 선암사처럼 늙어라人間/향원익청(곽병찬) 2015. 4. 8. 17:23
일러스트레이션 이림니키곽병찬의 향원익청(香遠益淸)600살 이상 된 나무만 해도 무우전 옆 매화 서너 그루, 무량수각 앞에 누운 소나무, 지장전 위엔 영산홍, 자산홍 열댓 그루, 칠전차밭의 700살 넘은 차나무가 있다. 모두가 선암사의 부처님이다.옳아, 자네 코에 지금 한창인 때죽나무 향기가 스쳤는가 보군, 아니면 작약의 아릿한 향기가 자네를 홀렸든가. 아니면 누이의 추억 같은 찔레꽃 향기를 맡았거나. 퉁방울눈을 한 할배는 다짜고짜 종잡을 수 없는 환영사를 풀어놓는다. 그 푸근한 인상과 입심으로 보아 오랫동안 주지로 있다가 모든 걸 내려놓은 그 스님 같았다.장승 할배가 산문을 지키는 것부터 뜻밖이었다. 동구 밖에 버티고 서서 액도 막고 나쁜 손님 겁도 줄 일인데, 산문지기 구실은 드문 일이다. “궁금해? ..
-
지상에 천국을 일군 한 동성애인의 꿈人間/향원익청(곽병찬) 2015. 4. 8. 17:16
일러스트레이션 이림니키곽병찬의 향원익청(香遠益淸)육우당이 자살하기 꼭 1년 전, 민병갈 천리포수목원 원장은 꽃상여에 실려 마을 친구 김아무개씨의 선소리를 좇아 수목원 구석구석을 밟고는 세상을 떴다.가련한 사람!열아홉 눈부신 나이에 벗이라곤 술·담배·수면제·파운데이션·녹차 그리고 묵주뿐이었다, 그래서 제가 지은 별호가 육우당.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지만, 성노동자·장애인·이방인을 더 감싸고 사랑했던 예수의 뒤를 따르고자 했지만, 교회는 앞장서 그에게 돌을 던졌다. 지옥 불에 던져질 죄인! 한번쯤 마음껏 사람을 사랑하고 삶을 노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은 어디에도 그가 머리 둘 곳을 내주지 않았다.육우당이 자살하기 꼭 1년 전, 민병갈 천리포수목원 원장은 꽃상여에 실려 마을 친구 김아무개씨의 선소리를 좇아 ..
-
[문학사의 풍경-백석의 만주 유랑과 해방정국] (4) 김일성과의 조우와 ‘고요한 돈강’ 번역人間/문학사의풍경 2014. 5. 19. 01:56
해방직후 조만식 통역비서… 김일성 환영회서 즉흥詩 읊기도 1945년 해방 직후 백석의 행적에 대해서는 희곡 ‘맹진사댁 경사’(1943)로 유명한 평양 출신 극작가 오영진(1916∼1974)의 수기 ‘소군정하의 북한-하나의 증언’(1952)에 비교적 자세하게 언급돼 있다. 1945년 10월 14일 평양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김일성 장군 환영 평양시 군중대회’가 끝난 며칠 뒤, 김일성과 그 가족을 위한 환영회가 평안남도 인민정치위원회 주최로 평양의 전 일본요정 ‘가센(歌扇)’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백석도 초대받아 갔다. 김일성은 칠십 전후로 보이는 조모와 함께 비서 문일을 대동한 채 상석(上席)에 앉았고 주최자인 고당 조만식(1883∼1950) 위원장은 상석 우측에 앉았다. “문학계의 대표로 소개된 소설가 ..
-
-
열둘, 우리들의 되돌아온 출발점 대학!人間/대학생이알아야할것 2008. 8. 25. 00:29
12. 열두번째, 우리들의 되돌아온 출발점, 대학! ■ 우리들의 되돌아 온 출발점, 대학 오늘날 우리 사회 그리고 대학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결코 ‘세계화’나 TOEIC만이 아니다. 폭넓은 독서와 아울러 고전과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얻어지는 인문학적 교양과 미래로 향한 비전! 바로 이러한 것들을 자기의 구체적 삶 속에서 배양하며 실천하는 일이 그보다 더욱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이 연재가 그러한 과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후배 여러분의 인생과 미래를 축복하고 싶다. ■ 그토록 오래된 : 대학의 기원과 역사 논자에 따라 500년 이상 지속된 인류의 몇 가지 제도로서 대학, 국가, 교회를 들고 있다. 피상적인 통념과 달리, 대학은 그토록 유구한 연륜을 자랑한다. 따라서 그 기원과 역..
-
열하나, 대학생과 글쓰기人間/대학생이알아야할것 2008. 8. 25. 00:29
11. 열한번째, 대학생과 글쓰기 ■ 튼튼한 기초는 성공의 지름길 시험 답안, 리포트, 졸업 논문 등 실상 글쓰기는 대학 생활의 필수 과정이지만, 글쓰기 훈련을 소홀히 하는 것도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실정이며 문제점이다. “하늘 아래 쫓기어 나오지 않는 문장이라곤 없다”는 중국인들의 말처럼, 나 자신도 항상 글쓰기에 곤혹을 느낀다. 먼저 글쓰기 의 기초를 생각해 보자. 튼튼한 기초야말로 모든 일에서 성공의 지름길이 된다. 글을 쓰기 위한 첫번째 기초는 맞춤법과 띄어쓰기라고 하겠다. 『한글 바로쓰기』(종로서적, 1989)는 맞춤법, 표준어,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 문장 부호를 다루고 있다. 「글쓰기 서당」 총서의 첫째 권인 이 책은 1989년 개정된 「한글 맞춤법」에 따라 『한글 바로 띄어쓰기』를 전면 ..
-
열, 다시 교양 교육으로!人間/대학생이알아야할것 2008. 8. 25. 00:28
10. 열번째, 다시 교양 교육으로! ■ 지난 여름, 무역 센터에서 이번 방학 중에 한국 무역 센터(KOEX)에서 열린 제1회 「서울 국제 만화 페스티벌(SICAF 95)」을 관람하였다. 만화와 만화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지난 호에서 나는 “각종 전시회, 박물관, 미술관에는 자주 가는가?”라고 질문하였다. 각종 전시회의 참관은 첫째로, 돈만으로는 불가능한 전공 분야나 관심 분야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대학 생활의 장점인 풍부한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바란다. 둘째로, 각종 전시회나 전람회의 참관은 경험과 견문을 통해 교양과 양식을 길러 준다. 이른바 ‘어글리 코리안’의 추태도 결국 교양과 양식이 부족한 탓이며, 진정한 세계화에는 세계 시민의 교양..